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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복지 철학

복지보건연대
2008.12.22 11:23 조회 수 1100


필자는 이달 초에 놀라운 뉴스를 접했다. 행정안전부가 저소득층 아이들에게 지방세 고지서를 배달하도록 한 뒤 배달료 명목으로 돈을 지급할 계획이라는 것이다.

아이 1인당 1일 고지서 100매(1매당 300~500원)를 연간 최대 30일간 배달할 경우 그 아이는 90만 원 내지 150만 원 정도를 벌 수 있다. 행안부는 이것이 저소득층에 대한 지원 방안이라고 밝히면서 장차 상·하수도 요금 고지서까지 점차 확대 적용해 나갈 계획이라고 언급했다.

언듯 보아 이 계획은 저소득층에게 일과 돈을 주기에 좋은 정책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생각해 보라, 친구들이 공부하거나 놀고 있을 시각에 고지서를 들고 가가호호 다녀야 하는 빈곤 청소년들을! 고지서를 돌리는 학생이 빈곤층 아이라는 것을 누구나 알 게 될 터인데, 이 상황에서도 수치심이나 낙인을 갖지 않는 학생이 과연 있을까?

또한 자신의 가난 때문에 자식을 일터로 내보낸 부모의 마음을 우리가 도대체 헤아릴 수나 있을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사회에 나오기 전부터 부모가 가난하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학습권과 건강권이 제약되어야만 하는가. 즉 어릴 때부터 가난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은 부유한 부모를 가진 아이들과 기회의 불평등과 낙인 속에서 출발해야 하는가.

이런 많은 문제점 때문에 이 계획이 하나의 해프닝으로 끝나길 바란다. 하지만 이것은 소박한 바람에 불과할 지도 모른다. 이 계획은 그간 보여준 이명박 정부의 국정 철학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는 지난 1년 간 부자들을 위해 감세 정책과 기업가를 위한 탈규제 정책, 산업뿐만 아니라 사회 복지에서도 민영화 정책을 고수해 왔다. 이것은 가장 '합리적인' 시장 경쟁을 통해 재화가 생산되고 분배되어야 한다는 신자유주의에 기반한 정책들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는 소수의 재벌들과 부자들을 자유롭게 해야 하고 이들의 자유가 국가의 부를 가져 올 것이라는 믿음을 가지고 있다.

이런 생각은 빈곤이 사회 구조나 환경이 아니라 시장 경쟁에서 실패한 개인이나 가족에서 비롯된다는 생각을 전제하고 있다.

즉 개인의 노력 부족과 자조 정신의 부족에 있다고 믿는다. 따라서 가난은 개인이나 가족이 근면과 자조 등의 가치로 무장해서 시장 경쟁을 통해 해결되어야 한다고 본다.

이명박 대통령이 최근 가장 믿을 것은 가족뿐이라고 주장하고 실업 위기에 처한 청년들에게 진취적 기상을 갖도록 촉구하는 것은 바로 이런 생각에 기반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고지서 배달이 저소득층 청소년기부터 자조 정신을 함양시키고 빈곤 문제도 해결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하는 듯이 보인다.

이처럼 신자유주의의 사회 복지는 시민들이 느낄 낙인 효과를 문제 삼지 않는다. 오히려 이것을 처절하게 느끼도록 해야 이들이 가난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게 된다고 생각한다. 즉 굴욕감과 수치심 등의 낙인 효과를 통해 자조 정신을 갖게 해야 한다고 믿고 있다.

19세기 말까지 서구의 사회 복지는 이런 철학이 내재된 구빈법과 신구빈법에 맞서 싸워 왔고 결국 20세기에 이것을 극복할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은 19세기 이전으로 회귀 중이다.

자조와 낙인이라는 두 기둥에 기댄 복지 철학은 노인, 장애인, 실업자, 여성 등 모든 부문으로 확대될 것이다. 우리는 이 관점에 맞서 싸워야 한다.

가난은 개인의 자조 정신의 부재가 아니라 정치 경제 구조와 정책의 실패 또는 사회적 연대 정신의 부재에서 기인된다.

따라서 사회 복지는 정부가 우리의 세금을 가지고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공공 정책이기에 우리의 권리라는 의식을 공유해야 한다.

청소년들에게 가난한 집 자식이라는 낙인을 주고 가난을 되물림시킬 것이 아니라 최소한 기회의 평등과 시민의식을 제공하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유해숙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운영위원장

 







(저작권자ⓒ 인천일보.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종이신문 : 20081222일자 1판 11면 게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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