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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과 사회적 냉대

복지보건연대
2008.09.29 11:29 조회 수 1046


새터민과 사회적 냉대

 

"부모형제는 북에, 남편과 자식은 중국에, 나는 여기에… 세상에 이런 기막힌 팔자가 또 어디 있겠어요. 부모형제와 떨어져 산지 10년이 됐는데, 왜 자기가 난 자식과도 갈라져 살아야 하는 이런 운명인가. 기가 막히고 죄스러워 남몰래 가슴 팍팍치며 살고 있어요."

인천 남동구에 살고 있는 한 새터민(북한이탈주민)의 고백이다. 필자는 지역복지계획 수립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새터민들과 인연을 맺었다. 그 전까지는 새터민들이 목숨을 걸고 북한탈출을 감행한 사실만으로 용감한 사람이고 어떤 환경에도 잘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새터민의 국내 입국규모는 1999년 이후 급증해 2008년 현재 1만2천명을 넘어서고 있다.

최근 10만~20만명의 재외탈북자가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이들은 잠재적인 새터민들이다.

인천에는 1천2백명 이상의 새터민이 살고 있다. 새터민은 급증하는 추세에 있고 법적으로 대한민국의 국민, 그리고 지역공동체의 일원으로 존재하고 있다. 앞으로 새터민들은 흔히 볼 수 있는 우리의 이웃이 될 것이다.

예상과 법적 측면에서 보면 새터민은 의지가 강한 사람으로서 한국사회의 시민으로 잘 살고 있어야 한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 지역에서 만난 새터민들은 무기력하고 힘겨워 보였다. 이들은 남한에서 정착하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고 호소했다. 그 원인은 복합적이다.

먼저 새터민들에게 남한땅은 무척 생소한 곳이다. 이들은 '북한에서는 배고파 못살겠고 중국에서는 무서워 못살겠고 남한에서는 몰라서 못살겠다'고 호소한다.

이들에게 영어 투성이인 남한사회는 당황스러운 곳인데, 정보를 알려주는 곳은 제한적이고 접근은 어려웠다. 이들은 마치 청각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처럼 살아가고 있었다.

게다가 육체적·정신적 장애를 앓고 있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장애는 대부분 사선을 넘어 오는 과정에서 생긴 것이었다.

한편 경제적인 면에서, 새터민들은 수급자로서 최저생계비에 의존해서 살거나 불안정한 형태로 노동시장에 참여하고 있었고 이 수입마저도 중국이나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 송금되거나 치료비로 소진되고 있었다. 기반이 없는 낯선 곳에서 새터민은 지역사회에 통합되지 못하고 고립되어 살아가고 있었다.

더 주목해야 하는 것은 이들의 사회심리적인 측면이다.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것은 북한에 두고 온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죄스러움이다. 그런데 더 심각한 것은 남한사회의 냉대이다. 이들은 '간첩이나 빨갱이', '가족과 조국을 버린 배신자', 한국 사회의 경제불안정을 가중시키는 '귀찮은 존재' 라는 시선을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새터민들은 남한사회의 냉대 속에 무기력한 존재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상태가 지속된다면, 향후 우리 사회와 민족과 국가에 깊은 그림자로 드리울 것이다.

우선 대처주의의 전략이었던 두 개의 국민이 가시화될 것이다. 일등국민과 이등국민. 더 큰 문제는 통일에 대한 우리의 기대가 낮아지거나 통일을 남한의 흡수통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통일 이후에도 독일이 겪고 있는 동독과 서독 국민들 간의 갈등과 반목이 지속될 것이다. 이런 상태라면 우리 사회는 사회적 통합의 문제를 심각하게 겪게 될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이러한 상황은 새터민들 또는 우리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분단 구조에서 비롯된 것이고 그 이후 우리의 역사가 만든 것이다. 따라서 새터민에게서 '이방인'과 '배신자'라는 사회적 낙인보다는 우리의 슬프고 비극적인 역사를 보아야 한다.

이제 우리는 이것을 허물어야 한다. 이를 위한 작은 실천으로서 사회 전반에 있는 새터민에 대한 냉대를 거두어 들여야 할 것이다. 이들은 이방인이 아니라 우리의 민족이고 시민이고 그리고 지역의 이웃이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이야말로 향후 겪을 수도 있는 통일과 사회통합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을 예방하는 방법인 것이다.

/유해숙 인천사회복지보건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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