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상위 0.1% 부자들만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아닌 심혈관질환 대응, 소아청소년과 확충 등 필수의료 강화가 우선되어야
- 개발과 돈 우선 논리에 치우쳐 시민들의 건강권 보장이라는 의료 본래의 목적을 훼손하지 말아야
- 영리병원이 아니라면 인천경제청과 차병원은 우리의 공개토론 요구에 응해야 할 것
- 각종 편법과 특혜에 맞서 강력히 대응할 것
1. 어제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하 인천경제청)이 성광의료재단(차병원)과 글로벌 특화병원 유치를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인천경제청은 송도국제도시 개발 활성화에 기여하기 위해 이번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병원 유치의 목적이 필수의료 확대 등 시민들의 건강권 보장이 아닌, 개발 논리에 맞춰져 있다. 현재 인천이 필수의료 부문의 의사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시민의 생명 및 안전과는 무관한 비필수의료 분야에 초점을 맞춘 병원을 인천 송도에 설립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필수의료 강화 방향에도 찬물을 끼얹는 역행적인 행정이며 작금의 인천의 의료상황을 더욱 악화시키는 결과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2. 인천은 적은 의사와 간호사수, 공공병원 병상수, 필수의료 과목 진료의사 부족 등으로 인구 10만명 당 연령표준화 심혈관질환 사망률이 서울보다 65%가량 높고, 중증외상환자의 응급진료 사망률은 서울보다 47%가량이 높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수는 서울과 비교하여 50%에 불과하고 산부인과 전문의 수는 60% 수준이다. 이렇게 열악한 인천의 의료현실에서 불안에 떠는 인천 시민과 송도 주민들에게 ‘우선적으로 필요한 것’은 고가의 상업적 진료를 하는 ‘글로벌 특화병원’이 아니라 가까운 곳에 믿고 찾을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충하고 필수의료를 보장하는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만드는 것이며, 이것이 진정으로 시민을 위한 행정이다.
3. 인천경제청과 차병원이 추진하는 특화병원의 의료서비스 내용은 ‘글로벌 세포치료, 안티에이징’ 등이며, 이는 통상적으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다. 실제 성광의료재단이 운영하는 강남의 차움의원은 2014년 기준 입회비만 무려 1억 7,000만원에 연회비가 450만원 수준이라고 알려져 있다(오마이뉴스, 건강보험 무너뜨리는 영리병원. 2014. 9. 30). 이곳에서는 영리추구를 극대화하는 치료와 더불어 초고가 유사의료서비스도 함께 제공한다. 그야말로 상위 0.1% 부자들만을 대상으로 하는 ‘그들만의 세상’인 것이다.
4. 더구나 이번 양해각서에는 양 기관이 ‘글로벌 특화병원 운영을 위한 제도개선을 중앙 부처에 적극 건의하는데 협력’하는 것으로 되어 있으며, ‘해외국가 수준의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명시돼 있다. 두 기관이 “제도 개선”과 “규제 완화”를 통해 우회적인 방식과 편법적 방법으로 사실상의 영리병원을 설립하거나 극단적 영리추구를 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인천경제청과 차병원은 자신들이 떳떳하다면 영리병원이 아니라고 주장만 할 것이 아니라 글로벌 특화병원을 위해 필요한 제도개선, 특히 해외국가 수준의 규제 완화가 어떤 내용인지 당당히 밝혀야 할 것이다. 우리는 이에 대해 인천경제청과 차병원에 공개 토론을 요구하는 바이다.
5. 인천공공의료포럼은 개발 논리와 돈벌이에 편승한 인천경제청의 글로벌 특화병원 추진 과정에 반대하며, 추진 과정에서 각종 특혜와 편법이 발견된다면 전국의 보건의료단체 및 제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강력히 대응해 나갈 것이다.
2023. 9. 13
(건강과나눔,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인천지부,
인천적십자기관노동조합, 인천평화복지연대,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인천광역시의료원지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