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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에 대한 수해지원은 헌법과 법률이 규정한 의무다

 

장 금 석 (사회연구소 가능한 미래 상임연구원)

 

 

 

50~60년 만의 최악의 수해다. 8월 29일부터 9월 2일 사이 북의 함경북도에서 태풍으로 인한 최악의 홍수가 발생했다. 피해규모만 해도 60명이 사망했으며, 25명이 실종되었고 수재민 6만8900명이 발생했다. 뿐만 아니라 7980정보의 논이 침수되었고 파괴된 민가가 11,600여 동이다. 태풍으로 인한 두만강 범람이 직접적 원인이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북한의 요청이 있다 하더라도 현 상황에서는 그것이 이루어질 가능성은 좀 낮지 않은가라고 보고 있다"며 북에 대한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수해 지원을 할 경우 그 공(功)이 다 독재자인 김정은에게 돌아간다”는 입장이다. 참으로 답답하고 기가 찰 일이다.

 

물론 대규모 수해 피해가 발생 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난 달 9 일 5차 핵 시험을 한 북의 태 를 일방적으로 두둔할 사람은 없다. 그러나 ‘배고픈 아이는 정치를 모른다’는 말처럼 생명 과 인권의 문제는 체제나 이념보다 우선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대결적 태도로 일관하며 인도적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비난 받아 마땅하다.

 

더구나 유엔의 중앙긴급구호기금 (CERF) 조차 이미 북에 대해 ‘긴급대응 지원금(Rapid Response)’ 명목으로 410만 달러 지원을 결정했다. ‘긴급대응 지원금’은 인도 주의 구호가 시급한 나라에 제공되는 자금이다.

 

이처럼 수해 피해를 입은 북을 지원하자는 주장은 가장 보편적이고 인도주의적인 주장이다. 그럼에도 핵과 미사일 시험 운운하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는 우리 정부의 태도는 참으로 후진적이고 궁색하기 그지없는 모습이다. 더구나 북은 국제사회의 일원이기 이전에 우리와는 피를 나눈 민족이다.

 

혹시 민족이니 뭐니 하는 이야기가 거북하다면 우리의 헌법과 법률로 북에 대한 지원의 정당성을 살펴보자.

 

대한민국의 헌법 제2조는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정하고 국가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재외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영토를 규정하는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렇다면 한반도 북녘에 거 주하고 있는 북의 주민들은 헌법이 규정하는 우리의 국 민이 맞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 정부는 그들을 보호해 야 할 의무가 있다.

 

1991년 12월 체결된 남북 기본합의서에 따르면 남과 북의 관계는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라고 밝히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북의 주민들은 국내법상 대한민국의 국민이면서 국제법상으로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국적을 갖는 특수한 지위를 갖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다.

 

얼마 전 많은 논란 속에 북한인권법이 제정되었다. 이 법에 따르면 국가는 ‘북한주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노력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

 

그렇다면 막대한 수해 피해를 입은 북의 주민들을 돕는 문제는 정치적인 판단이 필요한 정무적 사안이 아닌 우리의 헌법과 법률이 규정하는 대통령의 직무 중 하나인 것이다.

 

그러나 전쟁이 치러지고 분단이 지속되면서 우리 사회에서는 이성이 정상적으로 작동되지 않는 모습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아직도 북과 관련된 문제만 나오면 분노조절에 장애를 겪는 사람들이 많이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누구도 부인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 그것은 인간은 누구나 태어나면서 자연권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자연권은 인간으로서 생명, 자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말한다. 바로 우리의 건국이념인 홍익인간 사상이다. 그 어떤 것도 인간 자체를 넘어서는 가치를 가질 수는 없다는 것이다. 현재는 그 범주도 자연권에서 사회권 그리고 연대권으로 넓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이념과 진영의 논리를 앞세워 인권과 생명을 내팽개치는 구시대적인모습은 이제라도 인간의 얼굴로 전환되어야 한다.

 

국가는 자유와 평등이라는 시민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존재한다. 이것이 근대국가의 성격을 규정하는 사회계약설의 기본정신이다. 이에 따르면 국가 권력은 시민의 권리를 보호하는 수단으로 작용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영 딴 판이다. 우리가 경험한 국가는 국민 위에 군림하는 권위주의국가, 국민의 생명을 위협하는 폭력국가, 국민을 위험으로 내모는 위험국가였다.

 

우리 사회에서 국가는 국민이 아닌 통치자를 위한 수단이 되어버렸다. 수백 명의 시민이 바다 위에서 구조의 손길을 기다렸지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채 목숨을 잃은 세월호 사건이나 쌀 값 대책을 요구하다 물대포에 맞아 목숨을 잃은 백남기 씨 사건은 이를 잘 보여준다. 국민에게 국가권력은 거짓이고 허위였으며 폭력이었을 뿐이다. 이것이 우리가 목도하고 있는 국가권력의 모습이다.

 

지난 10월 1일 박근혜 대통령이 국군의 날 기념사를 통해 북의 군인과 주민을 향해 다음과 같은 메시지를 던졌다.

 

북한 군인과 주민 여러분!

 

우리는 여러분이 처한 참혹한 실상을 잘 알고 있습니다.

국제사회 역시 북한 정권의 인권 탄압을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습니다.

 

인류 보편의 가치인 자유와 민주, 인권과 복지는

여러분도 누릴 수 있는 소중한 권리입니다.

 

우리 대한민국은 북한 정권의 도발과

반인륜적 통치가 종식될 수 있도록

북한 주민 여러분들에게 진실을 알리고,

여러분 모두 인간의 존엄을 존중받고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

 

북한주민 여러분들이 희망과 삶을 찾도록 길을 열어 놓을 것입니다.

언제든 대한민국의 자유로운 터전으로 오시기를 바랍니다.

 

 

참으로 충격적이지 않을 수가 없다. 노골적으로 탈북을 권유하는 발언이기 때문이다. 이번 발언은 야당 대표의 언급도 있었듯이 그야말로 북에 대한 선전포고에 가깝다. 과연 세습왕정의 독재체제 하에서 신음하는 북의 주민들을 안타깝게 생각하는 마음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니다. 박 대통령의 발언은 북핵 위기 관리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대북 강경분위기를 통해 현재의 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철저히 계산된 발언이다. 그러나 ‘방귀도 잦으면 똥을 싼다’는 옛 말처럼 북을 자극하는 발언은 자칫 전쟁을 초래할 수 있다.

 

혹시 셈이 잘못된 북의 주민을 향한 연민에서 비롯된 발언이라면 박 대통령에게는 당장이라도 언행일치(言行一致)의 덕목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인도주의적 지원마저 거부한 채 날선 대결적 발언만 토해놓는다면 그 진정성을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만일 북의 주민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청취했다면 그것은 우리가 경험한 국가권력의 거짓이고 허위이며 폭력이었을 것이다.

 

‘가만히 있으라’는 잘못된 지침은 수 백 명의 참사를 낳았지만 ‘탈북하라’는 메시지는 수천, 수만의 희생을 낳을 수 있다. 잘못된 공권력 행사는 제2, 제3의 백남기를 낳을 수 있지만 잘못된 국가권력은 수천만이 희생되는 전쟁을 낳을 수 있다.

 

지금 북은 최악의 수해를 겪으며 어려움에 처해 있다. 이럴 때 도움의 손길은 단절된 남북대화의 끈을 잇고 북핵으로 조성된 한반도의 위기를 해소하는 작은 단초가 될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아시안게임과 올림픽을 앞두고 평화분위기 조성이라는 목적을 위해 북의 수해지원을 받아들인 전두환 때의 결정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남과 북은 결국 싫던 좋던 운명공동체일 수밖에 없다. 이 점을 현 정부는 명심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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