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정한 협상 타결시한(4월2일)을 앞두고 열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8차 협상이 미국의 일방적 공세 속에 첨예한 쟁점은 고위급 회담으로 미룬 채 막을 내렸다. 협상이 진행될수록 미국의 공세가 거세지면서 우리 측의 주장은 협상 쟁점에서 밀려나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우리 측 협상단이 만료시한에 쫓겨 덜 민감한 부분은 받아내면서 자동차와 농산물 등 핵심 사안은 양보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증폭되고 있다.
우리 측 협상단 김종훈 수석대표는 12일 기자브리핑에서 “8차 협상에서 조정이 어려운 이슈를 제외하면 대부분 분과에서 타결 또는 타결을 위한 진전을 이뤘다”며 “협상 최종 타결이 가시권 안으로 들어왔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바지 협상에서도 미국이 새로운 제안을 들고 나오는 등 공세를 지속하면서 ‘무역구제-자동차·의약품’ ‘농업-섬유’ 간 빅딜설도 틀 자체가 바뀌어 가는 양상이다. 우리 측이 목표로 삼은 무역구제·섬유 개방은 협상의 장에서 멀어지고, 미국 측이 집중하는 자동차·농업만이 전면으로 부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열릴 고위급 협상에서 우리 측이 얼마나 방어해 낼지 우려된다.
특히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남겨둔 농업 분과에서도 미국이 ‘예외 없는 시장 개방’을 주장하며 연일 우리 측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농림부 배종하 국장은 “우리 협상팀이 ‘전쟁에 이겨 이미 공이 높으니 만족함을 알고 그만두기 바라노라’라는 내용의 고구려 을지문덕 장군이 수나라 장군에게 보낸 한시의 영문 번역본도 전달해봤으나 미국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협정 상대국 정부의 정책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투자가치가 훼손됐을 때 해당 정부를 국제중재기관에 제소할 수 있도록 한 투자자·국가 소송제를 도입키로 했다. 그러나 부동산과 조세만이라도 제소 대상의 예외로 해달라는 우리 측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은 확답을 주지 않았다.
민변 FTA 위원인 송기호 변호사는 “협상시한보다 중요한 것은 내용”이라며 “정부가 협상 타결에 연연하는 한 지금처럼 미국에 끌려다닐 수밖에 없으며, 그게 불가피하다면 협상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