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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인천연대 보도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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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살아 움직이는 '인천문화'

알만
1999.10.20 19:35 조회 수 1203
살아 움직이는 '인천문화'
'인천 르네상스 운동'을 제창한다


이 희 환(인하대.인천대 강사)

{{{{
Ⅰ. '인천문화'라는 관념
Ⅱ. 유동, 팽창, 소통하는 문화
Ⅲ. 인천문화의 단절과 정체
Ⅳ. '인천 르네상스 운동'을 시작하자
}}
}}{{{{ 목 차
}}
}}


Ⅰ. '인천문화'라는 관념

근년에 들어 인천 지역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관심이 부
쩍 활발해진 것은 무척이나 반가운 일이다. 지방자치제의
실시와 함께 진작되어온 이러한 관심은, 인천국제공항과
송도 미디어벨리 건설과 같은 거대한 개발사업과 접목되어
한때는 희망찬 비전으로 치장되기에 바빴다. 하지만 환경
문제의 심각성에 더하여 신자유주의로 무장한 거대자본의
가공할 파괴력을 IMF 체제로 절감한 이후, 이제 지역의
문제는 보다 다층적인 조망을 갈망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
다. 특히나 우리 민족사에 있어 그 어느 때보다도 지난했
던 20세기를 마감하는 시점이다. 인천은 언제나 그 격랑의
한가운데 있었다. 전 세계, 각 지역이 새천년의 출발선에
바투 다가서며 심호흡을 가다듬는 긴장된 시간, 인천을 삶
의 터전으로 삼아 신세기, 새천년을 기약해야 하는 우리에
게는 슬기와 지혜의 총화가 그 어느 때보다도 간절하다.
"이제 우리 여기서 어떻게 살 것인가?"란 절박한 질문을
화두로 <새천년 인천의 희망을 위한 시민대토론회>가 기
획된 것도 바로 이러한 상황의식 때문일 것이다. '밀레니엄
의 전환'을 염두에 둔 획기적 상황의식은 차치하고라도, 이
번 시민대토론회의 특색은 두드러져 보인다. 근대적 사회
운동의 사고 체계와는 각도를 약간 달리하면서 '삶, 문화,
관계, 공간'이라는 질감 있는 주제어로 지역 문제에 새롭게
다가가고자 한 것이다. 하위 토론 주제가 다소 분절적이며
역시 낯익은 주제 분류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듯한 아쉬
움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아쉬움보다는 기대가 훨씬 크
다. 시 정책당국을 비롯하여 지역의 활동가와 전문가, 그리
고 시민이 모두 참여하는 토론의 자리가 마련되었기 때문
이다.
그런데 지역 문제를 이처럼 총체적으로 점검하는 작업은
이번 토론회가 처음이 아니다. 광범위한 연구용역을 거쳐
1998년 2월에 제출된 바 있는 {2020인천드림} 보고서를
전후하여 여러 단체와 기관에서 자못 의욕적으로 지역 문
제를 논의해왔던 것이다. 문화 부문과 관련하여 기억나는
것만 열거해봐도 {21세기 인천의 미래상-개발과 보전}(인
천21세기연구센터, 1996. 10. 22), {인천의 도시발전과 삶
의 질 확보를 위한 장기정책구상}(인천발전연구원, 1997),
{인천의 문화도시로의 발전을 위한 정책구상}(인천발전연
구원, 1998), <<인천의제 21>>(1998. 10. 22), <세계화 시
대, 지역위기와 지역발전>({황해문화} 창간5주년기념 심포
지움, 1998. 11. 24), <인천의 교육 . 문화를 진단한다>(인
천발전연구원 정기학술세미나, 1999. 6. 18) 등이 있었다.
이들 각 보고서와 토론회는 인천 지역 문제에 대한 그 나
름의 관점으로 심도 있는 진단과 대안을 제시한 바 있다.
이러한 논의들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대토론회가 다
시 개최되어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금번 토론회를 준비한
주최측이 밝힌대로, 앞서의 논의들이 폭넓은 시민적 참여
와 동의에 기초하여 구체적 실천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단
계까지는 접근하지 못한 것이 무엇보다 주요한 이유일 것
이다. 지식인 중심의 학술토론회나 논문의 형식으로 제출
된 기왕의 논의는 아무래도 시민의 구체적 생활현실과는
괴리된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 추상적인 지
역 정체성 논의로 되풀이되었던 것 같다. 각각의 논의들이
분절적으로 진행되면서 논의가 덧쌓이지 못한 점도 아쉬움
이 크다. 이로 말미암아 결국 시민적 동의에 기초한 실천
으로 전개되지 못했던 것이다.
학술토론회 형식을 탈피하여 실제적 시민운동을 이끌어
낼 실천 프로그램을 모색하자는 이번 토론회의 취지에 본
발제자도 적극 동의한다. 그러나 <인천문화는 무엇인가?
무엇이어야 하는가?>라는 단순한 질문에는 먼저 말문부터
막힌다. 너무도 낯익어서 이제는 상투적이기까지 한 이 주
제에 본 발제 역시 추상적 논의에 함몰된 위험이 매우 크
다. 게다가 과문한 필자로서는 앞서의 논의들이 인천문화
에 관해 제기한 진단과 대안을 넘어서는 새로운 영역을 제
시할 학식과 경험도 부족하다.
고심 끝에 발제자는 '인천문화'에 대한 지나친 집착이나
편견부터 버리자는 단순한 생각으로부터 논의를 시작해보
기로 하였다. 집착은 강박관념을 낳고 편견은 고정관념을
낳는다. 지역 정체성 논의와 함께 '인천문화'에 대한 논의
가 되풀이되면서 우리에겐 알게 모르게 ''인천'문화'에 대한
고정관념과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은 아닌가. 그
러다 보니 급속하게 변모하는 보편문화 내지는 시민의 생
활문화와 괴리된 채 관념적인 논의가 계속되어 왔던 것은
아니던가?
이 점을 염두에 두고 발제자는 '인천문화'를 논의하기에
앞서 먼저 '문화' 개념을 재검토하면서 논의를 시작하려고
한다. 이를 바탕으로 앞서 제출된 논의성과들을 비판적으
로 검토해보고 이를 통해 '인천문화'를 살아 움직이게 할
방도가 무엇인지 나름대로 의견을 제시해볼 것이다. '인천
문화란 무엇인가'란 질문에서 시작된 본 발제는 결국 '인천
문화를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으로 향해 가
게 되는 셈이다.

Ⅱ. 유동, 팽창, 소통하는 문화

대토론회의 여러 개별 주제 중에서도 90년대 이후로 국
내에서 가장 활발하게 논의가 집중된 분야가 아마도 환경
과 문화 부분일 것이다. 환경 분야에 관한 담론들이 전지
구적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반영되기 시작한 지도 이미 오
래거니와, 최근에 들어서는 '문화'를 둘러싼 담론들이 국내
에서 폭발적으로 논의되어 왔다.
노동운동을 중심으로 전개된 80년대의 사회과학적 변혁
운동 논리와는 상반되는 문화담론의 급부상에는 그 나름의
이유가 있다. "90년대 들어 사회운동이 전반적으로 퇴조하
는 가운데 대중매체문화의 팽창과 일상적 소비와 여가생활
이 증대하면서 문화는 '운동'보다는 '담론과 체험'의 차원에
서 새롭게 주목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심광현, 1999) 급
팽창한 대중매체의 압도적 영향 아래서 성장한 80년대 이
후 세대가 문화현상의 중심으로 진입하기 시작하면서, 특
히 90년대 후반의 소비자본주의가 가져온 새로운 문화 현
상과 체험이 확대되면서 이에 바탕한 각종 문화 담론들이
각 분야에 걸쳐 크게 확산되었다. 각종 대중문화를 비롯하
여 영화를 위시한 시각문화,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사이버
문화에 이르기까지 확산된 문화담론들은, 과거의 권위적
지배문화에 대한 대항문화로서 민족적이면서도 민중적인
이념과 형식에 천착한 80년대 문화운동 논리와는 현격한
차이를 드러낸다.
그렇다면 오늘날 문화담론의 수준은 어떠한가? 심광현을
비롯한 몇몇 논자들에 따르면, 운동적 관점이 희미한 90년
대 문화담론들은 다분히 아방가르드적 형식실험으로 파편
화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과문한 필자가 보기에
도 이들 신종 문화담론들은 외국이론에 의지하여 특정 분
야에 한정된 마니아적 열광에 취한 나머지 '전체'를 조망하
는 시야를 확보하는 데 실패하고 있는 것 같다. 이와 맞물
려 여전히 대항문화적 가치를 지키려는 문화운동적 담론들
은 매너리즘에 빠진 채 급변하는 시세로부터 자꾸 떠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터이다.
다소 단순화시켜 90년대 문화담론을 두 흐름으로 분절해
본 것이지만, 이를 통해 90년대 문화 현상과 문화 담론 사
이에는 현저한 괴리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현상과 담론 사이의 이러한 괴리가 나타
날 수밖에 없는 것은 무엇보다 '문화'라는 현상과 영역 자
체가 크게 유동(流動)하고 팽창(膨脹)하는 것이기 때문이
다.
어떤 논자의 연구에 따르면 '문화'에 대한 지금까지의 정
의가 무려 300여 개를 상회한다고 한다. 인문학과 사회학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개념이 바로 '문화'임을 반영하는 것
이다. 우리가 널리 알고 있는 전통적인 정의는, 동물과 다
른 존재로서의 인간에 착목하여, '인간만이 가진 삶의 총체
적 양식'으로 규정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 전통적인 인류
학적 문화 개념은 지나치게 포괄적이고 막연하다. 여기에
는 크게 두 층위의 문화 개념이 뒤섞여 있다. 그 하나는
광의의 문화 개념으로, 사람들의 생활 세계 전반에서 나타
나는 '삶의 방식으로서의 문화'(way of life)가 있고, 다른
하나는 좁은 의미의 개념으로, 오늘날 흔히 '문화'하면 떠
올리는 '상상력에 의해 창조된 고급문화'(imaginative
culture)가 있다. 인간의 사회적 삶의 물질적 토대와 보다
가깝게 연동되어 나타나는 '생활방식으로서의 문화'와, 이
를 반영하기는 하지만 상대적 자율성을 가지고 있는 '창조
적 활동으로서의 문화' 모두는 '사회적 삶의 상징 영역 혹
은 의미 영역'으로서 인문.사회과학의 주요한 탐구대상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두 층위의 문화 사이에는 절대적 단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상호 소통하면서 서로 발전한다. 그리
하여 이 두 문화가 어우러져 지역 단위의 지역문화, 민족
단위의 민족문화를 형성하고 세계문화에 참여하게 되는 것
이다.
이 두 범주의 문화 개념이 90년대 말의 유동, 팽창하는
문화 현상을 모두 포괄한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실효성이
매우 크다. 그 동안 진행된 대다수의 문화담론이 다분히
창조적 상상력으로부터 산출된 고급문화에 편중하여 논의
했던 점을 고려할 때, 오늘을 사는 시민들의 삶 곳곳에서
현상되는 생활문화, 정치문화, 사회문화, 교육문화 등과 같
은 다양한 문화 현상들을 적극적으로 '생활방식으로서의
문화' 개념에 포괄하여 살펴볼 수 있는 시야를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이들 제반 생활문화 범주는 그간 시민운동 차원
의 논의와 활동 대상으로 분절되어 왔을 뿐 문화적 담론에
서는 낯선 범주로 남아 있었다.(여기에서 시민운동과 문화
운동의 연대 필요성이 절실해진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다시 논의하겠다.)
이러한 방식으로 문화를 바라볼 때 더욱 분명해지는 것
은, 문화와 그 개념을 고정된 어떤 것으로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문화는 결코 고여 있거나 굳어 있지 않고
유동하며 팽창하고 소통한다. 그것을 향유하고 창조하는
사람들에 의해서 살아 움직이는 것이 곧 문화이지 결코 정
체되고 죽어 있는 무엇이 아닌 것이다. 생활세계의 물질적
기초가 정체되고 완고해질 때 문화는 때로 역방향으로 정
체되거나 단절될 수도 있다. 하지만 '사회적 삶의 상징 영
역 혹은 의미 영역'에서 투쟁하는 문화는 근본적으로 생활
세계에 대한 비판을 동력으로 살아 움직이는 능동적 힘일
수밖에 없다. 생활세계의 물질적 기초에 대한 비판정신이
없는 문화란 허위문화요 가짜문화이며 사라져야 할 문화이
다. 문화를 이처럼 적극적인 개념으로 정의할 때, 비로소
생산적인 문화 논의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Ⅲ. 인천문화의 단절과 정체

이러한 관점에서 인천문화에서 나타나는 현상과 그에 대
한 논의들을 살펴보았을 때, 우리는 아쉽게도 이 양자 모
두에서 정체와 단절을 목도하게 된다. 시민들의 생활방식
으로서의 문화와 문학예술인들에 의한 창조적 활동으로서
의 고급문화는 상호 소통하면서 지역문화라는 역동적 장을
마련해야 한다. 이러한 장이 갖추어져야 거듭 자기 문화에
대한 비판력으로 고양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천문화
에는 이 생동하는 문화적 움직임이나 장이 마련되어 있지
못한 것 같다. 기껏해야 소수의 사람들에 의한 개별적 움
직임이 산발적으로 제기되다가 사라지고 만다.
너무 비관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냐고 반문할 수도 있을
것이다. 보는 각도에 따라서는 인천문화의 분출하는 힘을
충분히 감지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될 수도 있다. 물론,
인천문화에 대한 이러한 애정어린 관심을 전부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문화라는 것 자체가 유동하며 팽창하는 것이
라고 말했을 때 인천문화라고 요동치지 않을 수 없을 터이
다. 하지만, 섣부른 낙관보다는 침중한 비관이 약이 될 때
가 많다.
인천문화가 단절되고 정체되었다는 점은 무엇보다 무수
히 반복되는 지역 정체성 논의에서 찾을 수 있다. 이 글의
앞머리에서 언급한 '인천'문화에 대한 강박관념도 마찬가지
다. 인천문화라는 역동적 장이 펼쳐지고 여기에서 구체적
이고 생동감 있는 문제제기와 실천이 진행되는 대신에 추
상적인 정체성 논의가 계속되어 왔다는 것은 그만큼 인천
문화가 허약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 아닐까. 인천광역
시민들이 인천을 정주할 땅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시민의식
을 형성하지 못하는 딜레머에서 하루 빨리 벗어나야 비로
소 생산적인 논의가 가능할 수 있을 것이다.
인천문화가 이렇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문화의 물질적 토
대인 지역의 사회.경제적 여건이 열악한 데서 기인한다. 개
항 이후 인천의 도시형성사는 그야말로 전통과 단절된 채
기형적인 근대화만을 거듭해왔다. 그 결과 오늘날까지도
인천시민들이 살아가는 생활세계는 척박한 상태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최원식, 1997)
1999년 7월말로 인천광역시의 인구가 250만명을 넘어서
인구면에서는 대구를 제치고 전국 3대 도시로 발돋움했다
고 하지만 이에 걸맞는 생활환경은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
이다. 전국 7대 도시 중에서 인천의 교통혼잡비용 부담률
이 가장 높다는 최근의 보도만을 보더라도 이러한 사실을
금방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인천의 극심한 공간적 분할이
근본적 원인이기도 하다. 여기에 더하여 서울에 인접한 인
천의 지리적 특성이 인천을 계속해서 위성성(衛星性)으로
흔들고 있는 점도 커다란 고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똥
물'이란 이름으로 불리는 인천의 바다와 조세희의 [기계도
시]에 그려져 있는 '공해도시 인천'의 인상은 여전히 시민
들에게 인천을 언제든 떠나야 하는 타향으로만 느끼게 한
다.
그러니, 시민들의 전반적인 생활세계가 이처럼 열악한 상
태에서 생동하는 인천문화를 기대하기는 애초에 어려웠던
것이다. 이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창조하고 향유하는 생활
방식으로서의 문화가 제대로 형성될 수 있는 토양이 마련
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니 생활방식으로서의 문화와
소통하며 저변을 확보하는 창조 활동으로서의 문화 역시
빈곤의 악순환에서 벗어나기 힘들게 된다. 근대 초기만 해
도 인천의 문화적 수준은 그렇게 빈약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하자. 독자적인 지역문단을 가꾸면서 한국의 모더니즘
문화를 꽃피우는 데 일조한 곳이 바로 인천 지역이었다.
한국 근대문학사에 뛰어날 발자취를 남긴 문사들을 키운
곳도 인천이었다. 그러나 분단과 전쟁의 파국을 엄청난 포
탄의 화력으로 겪고 난 이후 인천시민이 애써 가꿔온 생활
세계가 파탄나면서 문화적 활력도 급격히 사라져버리고 말
았던 것이다.
인천문화의 단절과 정체의 주요한 원인이 이러할진대, 기
왕에 제출된 논의들은 어떤 관점에 입각하여 인천문화를
논의해왔는가. 문제를 정확히 진단하는 것으로부터 비로소
대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발제자도 보고서 작성의 일부분에 참여한 바 있는 {2020
인천드림}은 관의 주도 아래 2020년이라는 희망의 연대를
상정하고 진행되었다는 점에서 기본적으로 문명화를 지향
하는 프로잭트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계획으로부터 산업,
환경, 관광, 복지 등의 제분야로 나뉘어져 진행된 이 연구
보고서에서 문화 역시 '문화예술계획'이라는 독립된 장을
설정하여 미래 인천의 도시문명화에 기여할 정책을 마련하
도록 기획되었다. 두 층위의 문화 중에서 주로 '창조 활동
으로서의 고급문화'에 치중한 논의였던 것이다. 그러다 보
니 시민 생활세계의 전면적 재구조화를 통한 생활 문화에
대한 고려는 부족하게 되었다. 이는 결국 고급 문화예술
진작을 위한 정책과 문화인프라의 확충 논의로 귀결하게
된다. 인천문화의 진작을 위한 방안을 관 주도의 정책과
인프라 확충이라는 형식문제에 중심을 둠으로써 살아 움직
이는 인천문화의 창조자이자 수용자인 시민의 생활 문화에
대한 세밀한 고찰을 결여하게 된 것이다.
이 점은 시 산하 연구기관인 인천발전연구원에서 제출한
두 개의 보고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 문제로 지적할 수 있
다. 인천문화의 중계자이자 관리자라고 할 수 있는 시나
시 산하 연구단체의 보고서에서 발견되는 '문화개발'적, '문
화정책'적 접근(이는 물론 지방자치가 가져온 긍정적인 산
물로 적극 인정해야 할 것이지만)은, 살아 움직이는 문화
를 형식주의적 접근으로 좁힐 위험이 있다는 문제와 함께
시민을 수동적인 문화 수용자로 대상화시킬 위험을 경계해
야 한다.
그렇다면 관의 시각과는 관점을 달리 지역 주체들의 논의
는 어떠하였는가. 지역의 종합 담론지 {황해문화}는 창간
5주년을 맞아 <세계화 시대, 지역위기와 지역발전>이라는
심포지움(1998. 11. 24)을 개최하였다. 학계와 관계를 비롯
하여 지역 언론과 시민운동 단체 제인사들이 개별적으로
참여한 가운데, 전지구적 체제변화에 맞닥뜨린 인천 지역
의 제문제를 토론하기 위함이었다. 인천문화의 중계자이자
담론의 생산자라고 할 수 있는 언론매체인 {황해문화}의
심포지움은 다양한 지역 주체들이 모여 고민을 함께 했다
는 의의를 높이 살 수 있다. 그러나 주제가 세계화 시대에
처한 지역의 대응에 초점이 놓여 있기에 아무래도 원론적
인 수준의 논의에 머문 감이 없지 않다. 여러 주제 중에
문화 부문 발제를 맡은 이영민 교수는 지역문화 발전 방안
으로 여섯 가지 참신한 대안을 제시하기도 하였다. 중요한
지적이긴 하나 그 주체가 모호하며 나열적이고 가치 지향
적인 논의에 머문 감이 있다. 보다 구체적인 주제와 주체
에 대한 논의가 아쉬웠던 것이다.
인천 문화의 창조자이자 생산자인 문화예술인도 그들의
모임인 문화예술단체 활동을 통해 나름대로 인천문화에 관
한 논의를 개진해왔다. 대표적인 두 단체인 민예총과 예총
에서도 인천문화의 진작에 관심을 갖고 각각 <인천문화의
정체성 수립을 위하여> 심포지움(1998. 12. 18)과 <인천예총 문화예술 강좌>(1998. 5-12)를 통해 고민해왔다. 그러
나 이들의 논의는 창작자로서의 관심에 대응하여 좁은 의
미의 문화인 문학.예술에 한정하여 논의함으로써 포괄적
문화 논의로는 확대되지 못한 것 같다.
이런 의미에서 문화의 수용자이자 창조자인 시민들의 참
여를 바탕으로 인천문화를 진단하고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도출하기 위해 추진되었던 <<인천의제21>>의 진행과정은
주목할 만한 것이었다. 그러나 의제의 관 . 민 . 기업이 삼
각체제를 형성하면서 광범위한 시민적 동의를 얻는다는 애
초의 취지가 얼마나 실현되었는지 궁금하다. 실천과제가
제출된 이후 <인천의제21 실천협의회>가 구성되어 구체적
실천을 도모하고 있다고 하니 그 행보가 주목된다.
이상의 검토를 통해 인천문화를 생산하고 중계하고 향유
하는 다양한 지역 주체들의 고민과 처지를 거칠게 살펴보
았다. 이 과정에서 발제자는 '유동하고 팽창하며 소통하는
문화'의 두 층위 개념을 연관시켜 몇가지 문제점을 발견하
게 되었다.
첫째, 기왕의 논의들은 인천문화를 여전히 고정된 어떤
것으로 보거나 각자의 처지에 따라 다층적이면서 살아 움
직이는 문화를 편중된 시각으로 바라보는 한계를 공통적으
로 드러낸 것 같다. 특히 많은 논의들이 좁은 의미의 문화
인 창작 활동으로서의 문화에 집착함으로써 인천문화가 저
변을 형성하는 생활 방식으로서의 문화에 대한 중요성을
공유하고 있지 못하다.
둘째, 연관된 문제로써, 모든 논의에서 문화의 창조자이
자 수용자면서 동시에 중계자 역할까지 감당하는 시민과
그들의 생활 문화에 대한 적극적 관심이 부족했던 것 같
다. 관 주도에 의한 문화개발 논리에 시민이 수동적 대상
으로 밀려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급문화를 창조하는 창
작자에 대한 관심이 일반적인 나머지 생활 문화를 창조하
는 시민적 주체에 대한 배려는 부족하지 않았는가 생각한
다.
셋째, 여러 차례 논의를 이끌어온 문화예술단체와 행정당
국, 언론과 연구기관, 시민들의 논의가 단절된 채 진행되어
논의의 성과가 축적되지 않았으며, 그 때문에 논의가 소수
의 지식인과 관료들에 한정되어 소모적으로 되풀이되어 왔
다는 점이다.

Ⅳ. '인천 르네상스 운동'을 시작하자

그렇다면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단절되고 정체된 인천
문화를 어떻게 하면 생동하는 인천문화로 탈바꿈시킬 수
있을까? 생활세계의 전면적 재구조화 없이 생활 문화가 꽃
필 수 없고, 생활문화의 저변 확대 없이 인천문화의 고양
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할 필요가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무엇보다 먼저, 인천시민의 척박한 생활
세계를 전면적으로 재구조화하는 작업에 임해야 한다. 지
자제의 실시와 함께 여러 부분에서 많은 개선이 이루어진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의 정책과 집행에는 많은 한계와
위험이 도사리고 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개발논리와
관료적 형식주의가 우려되는 것이다. 이러한 한계와 위험
을 극복하기 위해 지역 사회의 각 부문에서 시민운동 단체
들이 많은 일들을 하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인천의 시민
운동이 지자체의 정책적 비판자로서 이념적, 정책적, 조직
적 힘을 온전히 갖추기 위해서는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
인천의 시민운동이 지금보다 굳건히 자리잡고 인천의 생
활세계를 수준 높은 삶의 질이 보장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
해서는 무엇보다 시민들의 각성과 능동적인 참여가 절실하
다. 시민 생활의 물질적 기초는 결국 시민 스스로 기초를
다지고 건설하지 않으면 안된다. 인천시민으로서 마땅히
가져야 할 사회.경제적 제권리를 찾기 위해 행동하지 않고
냉소나 체념에 빠져 있는 시민들은 마땅히 각성해야 한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시민들은 자신들이 마땅히 누
려야 할 문화적 제권리를 바로 인식해야 한다. 여가와 휴
식과 취미활동을 원하는 곳에서 언제든지 풍족하게 향유함
으로써 자아실현을 가능케 해주는 권리가 바로 '문화적 권
리'이다. 생활세계의 재편을 통해 시민들이 문화적 제권리
를 확대해나가려는 요구가 점차 증가해갈 때 생활 방식으
로서의 인천문화는 비로소 저변을 굳게 다지게 될 것이고
이로부터 수준높은 창작 문화가 꽃피게 될 터이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제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생활세계의
재구조화 못지 않게, 문화적 제권리를 찾기 위해 과정도
지난한 고투를 요구할 것이다. 시민운동의 전개과정이 보
여준 치열한 고민과 실천에 결코 뒤떨어지지 않을 '문화운
동'적 관점의 확보와 실천이 뒤따라야 문화적 제권리는 비
로소 획득될 수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최근에 인천에 많은 문화.예술운동 단체들
이 생겨나고 있는 것은 실로 반가운 현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수년전부터 인천문화에 대한 방향정립과 문화 저
변 확대를 위해 노력해온 <해반문화사랑회>를 비롯하여
꾸준히 구 단위 문화운동을 펼쳐온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 그리고 최근에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한
<인천문화정책연구소>, <인천문화발전연구소> <인천문화를 열어가는 시민모임> 등이 출현하였고 이외에도 각처에
서 많은 움직임이 분출하고 있다. 여기에 창작자들의 새로
운 움직임이 더해지고 있다. 민예총과 예총의 낡은 대립을
무화하면서 <작가회의 인천지부> <황해미술> <시각> <인천미술박람회> 등의 조직과 매체 및 활동들이 분출하고
있는 것이다. 이들 새로운 문화.예술운동 단체의 출현은 인
천에 바야흐로 새로운 문화운동의 시대가 도래하였음을 보
여준다.
그러나 이들 문화운동 단체를 비롯하여 시민운동 단체들
이 새삼 확인해야 할 것은 과거와 같은 고립분산적 운동이
나 적대적 갈등을 통해서는 그 어떤 목적도 이룰 수 없다
는 점이다. 많은 논자들이, 다가오는 21세기에는 시민들의
사회.경제적 제권리와 문화적 제권리가 항상적으로 맞물릴
수밖에 없는 사회가 될 것으로 예견하고 있다. 생활세계의
개편없이 문화의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이다.
시민운동과 문화운동 결합. 이는 살아 움직이며 약동할
인천문화를 건설하기 위한 최대의 관건 중 하나이다. 이미
서울에서는 문화운동과 시민사회운동의 지속적인 결합을
도모하려는 움직임이 <문화개혁시민연대>라는 조직으로
가시화되고 있다. 인천도 하루 빨리 각종 시민운동과 시민
운동, 문화운동과 시민운동 사이에서 대화의 물꼬를 트자.
네트워크를 구성하자. 인간 삶의 모든 국면과 연관된 확장
된 문화 개념을 가지고, 활발한 논의와 착실한 실천을 축
적해가자. 이 새로운 네트워크에 지자체 당국을 배제할 필
요는 없다. 시 당국과도 비판적인 대화가 가능하도록 항상
적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외의 많은 지역
과도 거미줄 같은 그물망으로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발제자는 이 지점에서 다소 거창하게 '인천 르네상스 운
동'을 제창해본다. 주지하다시피 르네상스(Renaissance)
운동이란 14세기 말엽부터 16세기초에 걸쳐 전유럽에 번진
학문.예술상의 혁신적인 문예부흥운동이었다. '르네상스'란
말이 본래 가진 의미가 '재탄생'이다. 중세의 기독교적 세
계관으로부터 인간과 세계를 재발견하려는 혁신적 시각 전
환이 문예부흥을 통해 온 사회에 구현됨으로써 르네상스는
근대사의 여명을 비로소 열 수 있었던 것이다.
밀레니엄의 전환기에 처한 인천도 이제 르네상스 운동에
버금가는 차원에서 재탄생을 도모해야 한다. 그러나 인천
의 재탄생은 과거와의 단절이 아닌 인천이 가진 역사와 자
연과 사회와 문화를 풍부하게 재해석하는 데서 가능할 것
이다. 시민운동과 문화운동의 다양한 결합과 실천 속에서
인천학을 부흥하고 세계의 흐름에 주체적으로 맞닥뜨려 나
갈 때 인천의 르네상스 시대는 머지 않아 도래할 것이다.
아니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시
민들 모두의 마음에 기성의 관념과 타성을 거부하는 비판
정신, 르네상스 정신을 불어넣는 생활문화운동을 지금부터
구상해나가자. 인천 지역 각 분야에서 생산적 대화와 활동
을 교류할 소모임을 활발히 만들어 나가자. 살아 움직이며
약동하는 인천문화를 꿈꾸면서.......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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