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힘으로] 2-지역 행정 감시/덩치큰 이권사업 '유리알' 견제
............ 한겨레신문 ... [ 사회 ] ...1999. 1. 11. 月
인천의 시민단체 `평화와 참여로 가는 인천연대'(인천연대·공동대표 김성진)는
지난해 뜻깊은 성과를 거뒀다. 6개월 동안 끈질기게 싸움을 벌인 끝에 서울 부산에
이어 시민감사청구조례 제정에 성공했다. 20살 이상의 시민 500명만 힘을 합치면
3월부터 시정 전반에 대한 시민감사를 청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홍윤기(34) 사무처장은 “인천에는 2조4천억원이 투입되는 송도 대우타운 건설과 송도
신도시 간척 사업 등 대규모 사업이 계획되고 있지만 시민들은 진행 과정을 알 수가
없다”며 “이들 사업에 대한 시민 감시를 하는 등 지방행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시민감사청구조례 제정운동을 펼치게 됐다”고 말했다.
인천연대는 지난해 6월부터 시민감사청구조례 제정운동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300명
가량 되는 회원들은 시민들을 상대로 시민감사조례의 필요성을 홍보하는 한편
전문가들과 함께 조례시안을 작성했다. 이런 활동 끝에 지난해 11월11일 인천지역
주요 인사 212명의 서명을 받아 시의회에 시민감사청구조례안을 청원했다.
일부 시의원들은 이 조례안이 시의원의 권리를 침해하는 것으로 받아들였다.
인천연대는 이런 의원들을 상대로 “지방자치제 시대를 맞아 지방행정이 올바로
이끌어지기를 바라는 지역민들의 기대”라며 설득했다.
마침내 지난해 11월24일 시의회는 참석자 18명 가운데 10명이 찬성해
시민감사청구조례안을 통과시켰다.
홍 사무처장은 “시 행정에 대한 초보적인 감시와 견제체제가 만들어진 만큼
인천연대가 잘못된 행정에 대해 적극적으로 감사청구를 할 계획”이라며 “올
상반기에는 인천시 각 자치구에서도 시민감사청구조례 제정운동을 펼쳐나가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행정이 2기째를 맞고 있지만 중앙 중심의 과거관행에서 벗어나지 못해
투명하지 않은 행정을 하는 일들이 많다. 지방정부를 감시해야 할 지방의회도 일부
의원들이 각종 이권에 개입해 제구실을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행정 감시는 자연스럽게 지역에 뿌리 내린 시민단체들의 몫이
됐다. 특히 시민단체들은 자치단체가 벌이는 무분별한 사업에 대한 견제와 감시를
통해 성과를 거둘 뿐만 아니라 시민의 지지를 받기도 한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92년 순천시내를 가로질러 흐르는 동천 하류정비 사업을
발표했다. 시는 홍수피해를 막기 위해 동천 하류의 하도를 직선화해야 한다는 이유를
내세워 골재채취 사업허가도 같이 내줬다.
ㄷ실업이 하천하도정비를 겸한 골재채취사업자로 선정됐다.
이 사업이 시행될 경우 동천 하류 4만평에 이르는 갈대밭이 파헤쳐질 위기에 처하게
됐다.
사업이 본격화될 즈음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이사장 김용전)를 중심으로 하는
시민단체들이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시민단체들은 골재채취 허가를 받은 ㄷ실업이
지역의 토착기업으로 일부 시의회 의원과 유착돼 허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강하게 일고
있는 대목을 주목했다.
“순천만 갈대밭은 천연기념물 228호인 흑두루미의 국내 유일한 월동지이자
국제보호조류인 검은머리갈매기의 세계최대 월동지로 황새, 저어새 등 국제희귀조류의
집단 서식지입니다. 더욱이 갈대의 오폐수 정화능력 때문에 순천만 일대는 이제까지
적조가 없었고 종패양식장이 조성될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반대에 나설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연구소 문태룡(38) 이사의 말이다.
전남동부지역사회연구소는 곧바로 시민들을 상대로 골재채취 반대서명운동을
들어갔다. 순식간에 5천여명의 서명을 받았다. 연구소는 이런 시민의 호응을 바탕으로
전문가와 전국습지보전연대회의 등과 함께 순천만하구에서 9차례에 걸쳐 생태계
조사를 벌이고 그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소는 이어 96년 10월29일 전국의 시민단체로서는 처음으로 감사원에 동천 하류
골재채취 허가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감사요청을 했다. 그 결과 감사원은 97년 2월
골재채취면적을 축소하는 방안을 강구하도록 순천시에 통보하는 한편, 국세를 체납한
적이 있는 ㄷ실업을 사업자로 선정한 것은 잘못된 결정이라는 감사결과를 통보했다.
연구소는 이런 감사결과를 토대로 골재채취 허가를 내준 순천시 건설과에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하고 행정심판을 내는 등 당국을 압박했다.
결국 순천시는 98년 9월19일 동천하류골재채취 사업에 대한 허가취소 결정을 내렸다.
연구소가 싸움을 벌인 지 4년만에 거둔 성과였다.
인천 순천/김태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