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委
10일은 UN이 정한 「세계인권선언기념일」 51주년을 맞는 날. 그러나 한국 사회의
「인권지표」는 아직도 선진수준엔 미치지 않아 보인다. 암울했던 폭압시절의 고문과
숱한 의문사, 그리고 권력지상주의와 집중된 부의 행태속에 가려진 「소외된 삶의
뿌리」는 우리가 넘어야 할 험난한 파고다.
장기수였던 서준식씨가 서울서 만든 「인권운동사랑방」은 이같은 숙제를 풀려는 작은
몸짓. 그러나 인천에서 이렇게 개인이 주도한 인권단체를 찾기란 쉽지 않다. 창립
23주년을 넘긴 「천주교 인천교구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오용호신부·중구 답동
3, 이하 정평)는 「인권사각의 어두운 현실」을 뚫고자 노력한 흔치 않은 곳이다.
정평은 지난 67년 교황직속의 「정의평화위원회」에서 비롯했다. 사회정의개발과
평화를 전파하자는 게 목적. 한국도 70년 8월 대전에서 전국 가톨릭 대표 24명이 모여
한국정평을 만들었으며, 인천은 6년뒤 인천교구위원회를 꾸렸다.
정평은 이후 본부 교구위원회의 사업방향에 맞춰 다양한 활동에 들어간다. 전국
정평위 주최 사회정의 세미나 참석, 1월 1일 평화의 날 미사 봉헌, 사회현실을 바로
보기 위한 신자교육 등이 그 것. 「폭압정치의 서막」이 올랐던 광주민중항쟁 때는
추모미사를 올리고 희생자를 위한 기도에 나섰다. 교구내 각 본당에 의뢰, 구속자와
가족을 위한 모금운동을 벌인 일은 잘 알려지지 않은 사실이다. 속칭 「땡全뉴스」가
풍자되고, 진실이 가려졌던 80년대 중반에는 「정의평화」라는 월보를 발행, 뒤틀린
왜곡보도의 실상을 알리는데 애썼다. 이 시기에 공영방송바로잡기 시청료 거부운동,
민주헌법 쟁취를 위한 서명운동은 전제권력에 눌린 대다수 시민들의 인권을 올곧게
세우기 위한 몸짓으로 평가된다.
정평은 90년대 들어 사회정의활동에 좀더 몰두한다. 84년부터 몸담고 있는
郭漢王위원(44)은 『굴업도 핵폐기장 철회, 계양산 위락공원 반대, 영흥
화전건설저지 등에 적극 참여했다』고 밝혔다.
정평은 현재 3개소위(사회사목, 언론개혁, 지자체)체제로 사업을 추진중이다.
지금 벌이고 있는 것만도 국보법 폐지운동, 실업극복 국민운동 인천본부, 권력형
비리근절과 공직자 부패방지, 대우그룹사태 지역협의회 참여 등 다양하다. 이를 위해
종교, 의료, 학계, 노동계 등의 각계 인사가 힘을 보태고 있다. 1개월에 5건가량
접수되는 개인 인권관련 피해상담 및 해결은 기본적인 업무다.
정평은 앞으로 인권분야에 좀더 관심을 쏟는 한편 언론이 순기능에 치중할 수 있도록
견제·감시기능도 높일 생각이다. 정평 관계자는 『우리 사회가 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조타수 노릇에 더욱 충실하겠다』고
말했다./李旻鍾기자·minjong@kyeong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