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층 인천타워 재추진 요구에 대한 환경·시민단체 의견서>
‘151층 인천타워’ 건립 재추진 주장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요구인가!
- 에너지 소비 많고 안전에 취약한 초고층 ‘애물단지’가 송도의 랜드마크여서는 안돼
- 기후위기시대·탄소중립에 역행하는 요구, 기후정의에 반한 흑역사의 한 장면될 것
‘151층 인천타워’ 건립 재추진 주장은 무엇을 위한, 누구를 위한 요구인가 라는 질문을 먼저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송도신도시를 포함해 인천지역 전체, 인천시민 모두를 위해 그리고 그 151층에 붙이고 싶은 ‘랜드마크’라는 꼬리표가 정말 필요하며 향후의 미래발전에 기여할까 라는 것이다.
인천시는 안상수 전 시장 시절인 지난 2007년에 송도랜드마크시티유한회사(SLC)와 151층 인천타워 건설을 추진했다. 그러나 우여곡절 끝에 이 계획은 2015년 1월에 최종 무산됐다. 그런데 그 이후 선거철 정치인들의 공약 내지는 요구사항으로 종종 등장했고 최근에는 일부 송도주민들이 인천시에 ‘약속’을 지키라며 151층 건설을 요구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앞서의 질문을 전제로 151층 규모의 초고층 건물에 대해 살펴보자. 마천루식 랜드마크를 위해서는 천문학적인 건설비용이 들뿐만 아니라 건축물로서 재난·안전에 매우 취약할 수밖에 없다. 해안가에 조성된 송도는 태풍과 바람 피해가 발생할 여지가 많으며, 매립지로서 부분 침하가 발생하는 연약지반이 되기 싶다. 내부적으로는 화재사고 시 커다한 피해가 예상되며 이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소방인력과 초고가의 소방장비를 100년간 유지해야 한다. 이것은 다 시민들의 혈세로 부담해야 한다. 이밖에도 빌딩풍, 빛피해, 교통체증 유발도 무시하기 어려운 부작용일 것이다.
아울러 주변 상권과의 부조화와 부동산 경기의 침체도 우려된다. 일례로 기존 68층(305m)의 포스코타워-송도도 공실이 많아 문제가 되자 대우인터네셔널 사옥과 포스코 A&C사옥을 이전한 바 있다. 지금도 송도에는 오피스텔 공실이 넘쳐나고 있다.
또 다른 문제도 있다. 송도 6.8공구의 도시개발은 인천경제청이 국제공모를 통해 2017년 우선협상사업자를 선정했다. 이미 개발 콘셉트가 공모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지금은 이를 보완하는 수준에서 협상을 벌이고 있는 단계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 공모로 결정된 68층을 151층으로 설계 변경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법적으로 타당치도 않고 실효성도 의문이다.
여타 나라의 경우는 어떠한가. 세계건축협회에 따르면 200m 이상 건물은 전 세계적으로 모두 128개고 이중 70%가 중국에 있다. 그마나도 중국조차 500m이상 초고층 건물의 신축은 전면 금지하였고, 250m 이상도 엄격히 제한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제는 중동의 산유국이나 일부 동남아 국가에서 과시용으로 초고층 프로젝트를 시도하고 있을 뿐이다.
그럼 국내의 사정은 어떨까. 우리나라 곳곳에서도 초고층 건물의 건설계획이 백지화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삼성동 사옥도 당초 105층(569m) 1개동에서 50층짜리 3개동으로 변경 중이다. 또한 롯데그룹의 부산롯데타워도 107층(510m)에서 60층(300m)으로 설계변경 중이다.
결국 당초의 의미도 실리도 얻지 못한 채 세를 과시하듯 세워진 랜드마크, 막대한 돈을 들여 만든 인공구조물은 시대에 뒤떨어진 건축형태일 뿐만 아니라 애물단지가 되어 외면 받고 있는 현실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기후’와 ‘에너지’ 문제이다. 친환경 도시, 높은 수준의 생활환경을 표방했던 송도신도시가 오히려 퇴물이 되어가는 ‘초고층 랜드마크’에 연연하며 대량의 에너지를 빨아들이는 동시에 막대한 탄소를 배출하는 인공구조물로 상징되어서는 안 된다. 하물며 송도는 GCF의 도시가 아닌가! 인천의 자랑이자, 대한민국의 자랑으로 인천에 다양한 국제기구가 둥지를 틀고 있다. 그 가운데는 UN 기후변화협약을 중심으로 조성된 녹색기후기금, 곧 GCF(Green Climate Fund)가 있다. 이밖에도 유엔기후기술협력 이행기구인 기후기술센터네트워크협력연락사무국까지 유치했다. 인천시는 GCF의 정신에 따라 모범적인 기후변화 대응도시, 친환경도시를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하는 것이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유치다. 현재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인천 유치를 위해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는 상황이다. 국제행사로서도 그렇지만 이 회의가 갖는 의미가 바로 ‘기후변화’라는 점이다. 모두 기억하다시피 지난 2018년 10월 인천 송도에서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총회가 열렸었다. 이때에 각국 참여자들은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핵심 내용은 산업화 이전 대비 2℃ 지구 평균기온 제한 목표를 1.5℃로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지금 국제사회는 이를 위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변화와 행동’을 위한 결전을 벌이고 있다.
이러한데도 151층이라는 초고층 건물이 랜드마크라서 필요한 우리이고 지금이란 말인가! 이는 기후정의에도 어긋나는 반환경적 흑역사로 기록될 일이다. 오히려 인천시와 경제청은 기후와 에너지를 중심축으로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만들어질 도시를 최우선으로 고민해야 한다. 그러므로 인천경제청은 이 문제에 있어 중심을 바로 잡기를 바란다. 기후위기 시대에 부합하는 친환경적 도시개발이 바로 그것이다. 송도의 미래발전 방향은 국제도시로서 ‘GCF 활성화를 통한 녹색환경금융 도시’인 것이다.
그리고 진지하게 자문해야 한다. 과연 송도는 친환경도시인가? 탄소중립에 가장 앞장서야 할 송도를 대표할 기후정책과 이를 대표할 만한 랜드마크가 있는가?
다시 한번 강조한다. 기후위기 시대에 탄소배출량이 막대한 151층 초고층 건물과 그에 준하는 초고층 건물은 더 이상 안 된다. 아니, 불필요하다. 또한 세계적인 국제도시로서 면모를 151층 건물에서 찾으려 해서도 안 된다. 만일 인천경제청이 151층에 대한 신기루 같은 환상과 왜곡된 여론에 등 떠밀려 동조한다면 미래세대에 두고두고 남을 오판이 될 것이다.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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